저도 어제 민주노동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에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 속 시원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진정한 진보정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대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의 논쟁적 성격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하여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건, 기존 다른 대안운동을 하시던 분들이건 간에 다들 자신이 마음속에 그리던 대안운동의 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문제되는 것은 그렇게 다양한 유형의 대안운동들이 가지고 있는 주장을 어떻게 하나의 정당운동으로 통합해 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제가 주변에서 몇몇 분들의 의견을 들은 바로는, 바로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에 동참하기를 꺼려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은 어떻게 하나의 대안으로 묶어 낼 수 있는가? 이 문제가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 그 태생에서부터 안고 있는 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 표어로 내세우고 있는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라는 표어가 바로 그러한 상황을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의 의미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금 아주 원초적인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즉 진보정당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기존 제도권 질서 속에서 다수를 점하고 우리에게 속박으로 존재하고있는 정치적인 의견과 대안을 뛰어넘어, 현재로서는 소수적인 정치적 의견과 대안일지라도 그것이 인간의 해방에 더욱 적합한 대안이라면 그것을 현실 속에서 실현시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실현된 대안일 지라도 그것에 누구든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진보정당 운동 또는 진보정치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질서 속에서 그러한 것을 실현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이미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홈페이지나 카페 등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현실화 시키는 것입니다. 당 중앙보다는 지역이나 자발적 모임들을 중심으로 한 운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지역이나 모임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은 당 중앙의 활동과 괴리되어서는 안되며, 궁극에서는 각 풀뿌리(하위) 조직들의 의사가 당 중앙 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각 당원들은 중앙당의 여러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활인들의 현실적 난관

그렇지만 또 한가지 난관은 모든 당원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특히 자본주의가 더욱더 고도화 되어가며, 각 사회의 시스템이 분화 및 전문화되어가면서 더욱 힘들어 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정부분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를 그 소통의 중심에 놓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에 함께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도 이러한 지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 지적은 쉽다고 할지라도 대안을 만들어 내고, 또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작업일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의사소통의 구조가 새로운 진보정당 내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진보정당은 다시 한 번 정파적/집단적 이익과 논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결국은 특정 정파나 조직에 몸 담고 있지 않은 수 많은 평당원들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진보정당, 진보정치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보편자보다는 개별자에 집중

기존 제도권 질서가 가지고 있는 대의민주주의는 특정 개인에게 정치적 결단을 위임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소위 "추상적 국민의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는 논거로 옹호 받습니다. 다시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국민의사를 대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모두 다 국가 질서 속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선출된 정치인(대표)는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헌법학에서 소위 "자유 위임"이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추상적 국민의사"와 "자유위임"이라는 논변은 자유주의에 근간한 대의민주주의가 병폐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 내고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만 판단해 본다면, 복잡한 사회질서 속에서 그 이상의 다른 제도적 대안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오히려 그러한 인식 자체가 결국에는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실험을 차단시키는 아이러니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걸음마 수준의 이야기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

정당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바로 그러한 아이러니를 함축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그러한 정당 내부의 민주적 질서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실험적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좀 더 민주적이고, 좀 더 치열하며, 좀 더 논쟁적이고, 좀 더 열정적인 그러한 진보정당 말입니다.

이렇게 중언부언 정리하다보니, 다소 추상적이고 공상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문제가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피할 수 없는 쟁점이라는 것입니다.

Posted by 정보꼬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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